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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념으로 얼룩진 흰쌀밥을 감싸줄 수 있는 건 김 한 장이다.
작성자 범**** (ip:)
  • 평점 5점  
  • 작성일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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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306
매 순간을 무덤덤히 넘기자고 다짐한 젊은 날의 인간이 있었는데도, 잔잔한 바다라도 가끔은 넘실거리는 파도결이 있는 것처럼 고된 날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는 오늘 아침에는 머리를 감다가 그만 목이 결리고만 말았다. 이게 참 별게 아니라고 생각을 해도 세상에 빌어먹는 게 삶이니,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해야 하니, 목도 제대로 돌리지도 못한 채 운전을 해 일터로 헤쳐나가야 한다. 고개를 숙이는 것조차 힘든 몸뚱아리를 이고도, 고개를 숙이는게 사회의 상하 질서라는 주장이 만연하니 이를 악물고 또 하루에 숙이곤 만다.


기어이 찾아온 점심시간에 아랫것이라는 굴레는 무엇인지, 즐기지도 않는 선짓국을 무더운 여름날에 꾸역꾸역 집어삼킨다. 삶도 모른 채 또다시 고개를 흔들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가여운 몸짓을 해준 대가랍시고 얻은 서늘한 커피는 한 모금을 고작 빨아먹었을 뿐인데, 무엇이 그리 급한 무례한 인간에게 치여 바닥과 신발을 적시고야 말았다. 유해한 인간은 죄송하다는 듯 흘낏 쳐다보고, 제 일이 세계에서 제일 급한 듯 사라지고야 만다.


산산이 비산한 얼음의 조각들이 신발을 뚫고 양말까지 적신다. 그의 어른이 사준 이 고귀한 신발이 서늘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책임인지, 무례한 인간의 책임인지, 방탕한 사회의 탓인지 알 수조차 없어 또다시 숙여지지 않는 고개를 숙여 신발을 바라본다.


인간과 사람을 나누는 차이는 무엇인지, 고작 숙여지지 않는 고개를 숙이는 것만으로 왜 흘러가지도 않는 서글픔이 땅에 떨어지는지 짐작할 수가 없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땅덩어리에 그가 알지도 못하는 슬픔이 몇억 개며, 짐작도 못할 서늘함이 몇조 개 인지도 모르는데, 그는 왜 서늘한 슬픔을 이 비루한 땅덩이에 더하는지도 모른다.


또 숙여지지 않는 고개를 숙이로 고개를 들고야 말았다. 거리에는 그의 고개를 돌려줄 무수히 많은 병원들이 즐비한데, 그저 다른 높고도 낮은 것들의 뒤를 질척질척 거리며 따라갈 수밖에 없다. 고작 찰박찰박거리는 그의 자국만이 인간의 무지함을 조롱하듯 더운 여름날의 거리에 서늘함을 더하며 남기고 있다.


무심한 시간은 흘러 그의 길가에 기다란 어둠이 내려앉는다. 저 멀리 불도 안 켜진 단칸방이 보인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그림자들 사이로 티도 안 나게 몸을 포개며 나아간다. 고작 이런 하루를 위해 버틴 인간을 반기는 사람은 없으니, 터벅터벅 그렇게.


사람이라는 것들은 현실에 발을 디디고 산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거 아닌가. 아무 일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저 인간도, 실 없이 웃는 상이라는 소리를 듣는 그 인간도, 자기는 괜찮다고 말하는 이 인간도. 땅을 디디고 산다는 것만으로 삶은 충분한 슬픔의 곡조이다.


문 앞에서 목을 숙이지도 못해, 냉큼 들어가려는 그의 발치에 문득 걸리는게 있다. 


김팡맨이 두고 간 박스 하나가 덩그러니. 


귀한이에게는 영원한 어린이를 위해 멀리서 보낸 김이 왔다. 상자에 적힌 무섭고 무거운 밥 잘 먹고 다니라는 한마디가 왔다. 사람은 때론 아무도 없는데 고개를 숙인다.


알 수 없는 양념으로 범벅된 흰쌀밥에 고개를 박고 먹는 사람의 무게는 무엇인지, 코 끝에 아릿한 양념이 흘러내린다.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겨우 김갑생 할머니 김을 집는다. 한 장, 두 장, 그 마음을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지켜낸다. 


어쩌면 삶에 필요한 건, 양념으로 얼룩진 흰쌀밥을 감싸줄 수 있는 건 김 한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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